나를 사칭한 세금보고 100만건
#. LA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올해 세금보고 기한이 10월 16일로 연장되면서 지난해보다 늦게 소득세를 신고했다. 담당 공인회계사(CPA)는 납세자 본인 이름으로 이미 세금보고가 완료돼 소득세 신고서 접수가 국세청(IRS)으로부터 거부됐다고 알려왔다. CPA는 신분도용된 것이라며 IRS에 신고하고 올해는 전자보고(e-file)를 할 수 없다며 종이 신고서를 우편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두 달여가 지났지만, 해결이 안 돼 세금환급금을 받지 못했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김씨와 같이 신분도용 세금보고 사기 피해자가 최대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연방 재무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2일 기준으로 IRS가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연방 세금환급금을 가로채는 신분도용 사기 의심 신고서 110만 건을 적발했다. 세금환급금 규모로는 무려 63억 달러에 이른다. IRS가 밝혀낸 실제 신분도용 사기 건수는 1만2617건(3월 2일 기준)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9626건에 비해 31% 급증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실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LA카운티를 비롯한 가주 내 일부 지역은 지난 겨울폭풍으로 인한 홍수 피해 지역의 세금보고 기한이 오는 10월 16일까지 늦춰졌기 때문이다. 일부 납세자들은 실제로 작년보다 세금보고를 더 늦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영리단체 ‘납세자권리센터’의 니나 올슨 창립자는 “신분도용 범죄는 2004~2005년부터 문제 되어왔다”며 “점점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발전해 피해 규모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의 자료에 의하면 2022년 보고된 모든 사기 신고 중 신용도용 범죄가 가장 많았다. 이에 IRS는 세금 환급 사기 감지 목적으로 필터링 시스템을 강화했다. IRS가 세금보고서 처리에 적용하고 있는 필터링 수가 지난해 168개에서 올해는 236개까지 늘렸다. IRS의 필터링에 걸리면 납세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세금 환급 처리는 보류된다. 윤주호 CPA는 “신분도용 세금환급 사기가 극성을 부리자 FTC와 IRS가 신분도용 세금환급 사기 신고 창구를 웹사이트(identitytheft.gov) 일원화하고 피해자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세금보고에 필요한 신분보호용 핀(PIN)인 ‘IP PIN’을 더 빠르게 받을 수 있어서 사기 피해 처리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편, 지난 3월 4일까지 재무부가 발행한 IP PIN 수는 총 80만2449개나 됐다. 세무 전문가들은 신분도용 피해를 보았다면 FTC 웹사이트에 신고하고 IRS로부터 받은 IP PIN을 이용해 세금 보고서를 우편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추가 피해를 막으려면 크레딧 동결(Credit Freeze) 신청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크레딧 동결은 사기 경보(Fraud Alert)와 달리 본인 외에는 누구도 자신에 대한 신용 조회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다. 우훈식 기자 woo.hoonsik@koreadaily.com신분도용 세금보고 신분도용 세금환급 신분도용 의심 신분도용 사기